미국 HBO의 판타지 대작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은 방대한 세계관과 몰입도 높은 스토리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드라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더욱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실제 촬영지를 활용한 생생한 배경이다. 디지털 그래픽에만 의존하지 않고, 유럽과 북아프리카 각지에서 실제로 촬영한 장소들은 드라마의 현실감을 극대화하고, 웨스테로스와 에소스 대륙의 세계를 마치 실제처럼 느끼게 해준다. 이번 글에서는 왕좌의 게임 속 주요 장소들의 실제 촬영지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다.
윈터펠과 북부 지방: 북아일랜드의 장엄한 자연
웨스테로스 대륙 북부에 위치한 윈터펠(Winterfell)은 스타크 가문의 본거지로, 왕좌의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 중 하나다. 이 장면은 북아일랜드에 위치한 캐슬 워드(Castle Ward)에서 촬영되었다. 캐슬 워드는 18세기 양식의 고성과 시골 농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변 풍경은 울창한 숲과 초원이 펼쳐져 있어 북부의 고요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준다.
또한 스타크 자녀들이 자주 등장하는 숲길은 토리 숲(Tollymore Forest Park)에서 촬영되었는데, 이곳은 스타크 자녀들이 다이어울프 새끼를 발견하는 인상적인 첫 장면의 배경이기도 하다. 이 숲은 고대의 숲처럼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극 중 신목이 있는 ‘신의 숲’으로서의 상징성을 갖는다.
나이트 워치의 본거지인 ‘더 월(The Wall)’과 캐슬 블랙(Castle Black)의 장면은 마젠틴 쿼리(Magheramorne Quarry)라는 폐석회광산을 배경으로 촬영되었고,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거대한 얼음 벽과 극지방의 풍경을 완성했다. 실제로 북아일랜드는 왕좌의 게임 전체 시즌 중 70% 이상이 촬영된 핵심 지역이며, 현재는 왕좌의 게임 촬영지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킹스랜딩의 실제 무대: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
웨스테로스의 수도이자 라니스터 가문의 중심지인 킹스랜딩(King's Landing)은 시즌 초반에는 몰타에서 촬영되었지만, 시즌 2부터는 대부분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Dubrovnik)에서 촬영되었다. 이 도시는 아드리아해를 마주한 아름다운 해안도시로, 중세 분위기의 성벽과 거리, 붉은 지붕들이 킹스랜딩의 분위기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특히 두브로브니크 성벽은 세르세이의 ‘속죄의 행진(Walk of Atonement)’ 장면의 실제 촬영지로 유명하다. 세르세이가 벌거벗고 도시를 가로지르며 속죄하는 이 장면은 드라마 역사상 가장 충격적이고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이며, 실제로도 수많은 관광객이 이 장면을 떠올리며 성벽을 따라 걷는다.
왕의 정원, 붉은 요새, 시장 거리 등 다양한 장면이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와 주변에서 촬영되었고, 특히 로브리예낙 요새(Fort Lovrijenac)는 붉은 요새(Red Keep)의 외관을 위한 주요 촬영지로 사용되었다. 그 외에도 인근 섬인 로크룸 섬(Lokrum Island)과 슬레이트(Split), 트로기르(Trogir) 등도 촬영에 활용되어 킹스랜딩의 다양한 풍경을 완성했다.
에소스와 용의 도시들: 몰타, 스페인, 모로코의 이국적 풍경
웨스테로스 바다 건너편에 위치한 대륙 에소스(Essos)의 도시들 역시 실제 다양한 나라에서 촬영되었다. 시즌 1에서 칼 드로고와 대너리스 타르가르옌의 결혼식이 열린 도시 ‘페인트드 벨리’는 몰타의 아줄 윈도우(Azure Window)에서 촬영되었지만, 이 천연 아치 형태의 해식절벽은 2017년 자연적으로 붕괴되어 현재는 볼 수 없다.
몰타의 수도 발레타와 므디나(Mdina)도 시즌 1에서 킹스랜딩 일부 장면에 사용되었으며, 성곽과 석조 건물은 판타지 세계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배경을 제공했다.
시즌이 진행되면서 에소스의 여러 도시들이 등장했는데, 특히 미린(Meereen)과 아스다포르(Astapor) 등의 도시 장면은 스페인의 세비야(Seville), 카세레스(Cáceres), 알카사르(Alcázar of Seville) 등에서 촬영되었다. 알카사르는 도른 왕국의 수도 ‘선스피어(Sunspear)’로 등장했으며, 아랍-이슬람 건축 양식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모로코의 에사우이라(Essaouira)와 아이트벤하두(Aït Benhaddou)는 에소스의 다른 도시인 윤카이(Yunkai)와 아스다포르의 외경으로 활용되었다. 붉은 진흙 성벽과 시장 골목이 이어진 이 지역들은 CGI 없이도 충분한 시각적 효과를 주었고, 드라마의 현실감을 극대화했다.
왕좌의 게임은 판타지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세계의 경이로운 장소들을 무대로 삼아, 더욱 사실적인 몰입감을 선사했다. 북아일랜드의 울창한 숲과 차가운 바람, 크로아티아의 고성 도시, 스페인과 모로코의 이국적인 경관은 드라마 속 세계를 현실로 끌어내렸다. 오늘날 이 촬영지들은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아 팬들과 여행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영상미와 로케이션이 결합된 강력한 콘텐츠 제작의 좋은 사례로 평가된다. 왕좌의 게임의 세계를 다시 탐험하고 싶다면, 이 실제 촬영지를 따라가 보는 여행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