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의 신작 드라마 ‘듄: 프로퍼시(Dune: Prophecy)’는 SF의 전설적인 원작 소설 ‘듄’ 시리즈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지만, 이야기 전개와 인물 설정, 세계관 구조에 있어 여러 차별점을 보입니다. 원작의 팬이라면 드라마를 보면서 자연스레 “이건 원작과 뭐가 다를까?”라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원작 소설과 드라마 듄: 프로퍼시의 차이점을 중심으로, 세계관 설정과 캐릭터 해석, 이야기 전개의 차이를 깊이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세계관 설정: ‘과학적 신비주의’ vs ‘감각적 영상미’ (듄 세계관)
프랭크 허버트가 창조한 ‘듄’ 세계는 단순한 SF가 아니라 철학, 생물학, 정치학, 종교 등을 집대성한 총체적 세계관입니다. 특히 원작 소설은 수많은 설명과 내면 독백, 철학적 대사, 역사적인 각주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마치 하나의 인류학 서적처럼 느껴집니다.
반면 HBO의 ‘듄: 프로퍼시’는 시청자의 몰입을 위해 시청각 중심으로 재해석된 세계를 보여줍니다. 세계관은 유지되지만, 그 깊이보다는 이미지와 정서, 감정선에 더 큰 비중을 둡니다. 이를 통해 드라마는 더욱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방식으로 세계관을 전달합니다.
예를 들어, 베네 게세리트의 교리나 철학적 논의는 원작에서는 매우 상세하고 학문적으로 서술되지만,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의 대사나 행동, 비주얼적 연출을 통해 간접적으로 묘사됩니다. 이 차이는 매체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책이 문장과 사고를 중심으로 독자와 소통한다면, 드라마는 이미지와 감정 중심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또한 원작에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세부 지역의 문화, 언어, 복식 등이 드라마에서는 비주얼로 구현되며, 허버트의 세계관을 한층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적 확장은 동시에 서사 압축이나 일부 설정의 간략화를 수반하게 되어, 원작 팬들 사이에서는 논쟁의 여지가 되기도 합니다.
캐릭터 해석과 설정 변화 (HBO)
HBO 드라마가 원작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 중 하나는 캐릭터의 비중과 성격 해석입니다. 특히 ‘듄: 프로퍼시’는 원작에 비해 여성 캐릭터의 서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현대적 가치와 감정선에 더 초점을 맞춥니다.
1. 베네 게세리트 인물의 비중 강화
원작에서 베네 게세리트는 중요한 배경 조직이지만, 주요 시점은 폴 아트레이드나 듄의 남성 인물들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반면, ‘듄: 프로퍼시’는 이 비밀조직의 중심에 있는 여성 캐릭터들의 성장과 선택을 중심 서사로 삼습니다.
2. 악역의 인간화
히르코넨 가문은 원작에서 ‘절대 악’의 이미지로 그려지지만, 드라마에서는 이들의 동기와 내면을 보다 세밀하게 탐색합니다.
3. 신규 인물과 서사의 확장
‘듄: 프로퍼시’는 원작에 없는 신규 인물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는 드라마의 독자적 이야기 구조를 만드는 동시에, 기존 캐릭터가 미처 담지 못했던 감정이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이야기 전개 방식: 철학 중심 서사 vs 감정 중심 서사 (설정)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은 단순한 이야기 그 이상입니다. 그는 한 문장, 한 단어에 수많은 상징과 의미를 담아, 독자가 스스로 사유하고 해석하게 만드는 서사 방식을 채택합니다.
반면 HBO 드라마는 이야기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보다 감정 중심, 시각 중심, 캐릭터 중심의 전개를 택합니다. 이는 드라마라는 매체 특성상 효과적인 접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철학적 깊이 면에서는 원작보다 얕아 보일 수 있습니다.
예언의 해석 방식에서도 큰 차이가 나타납니다. 원작에서는 예언은 권력을 조작하기 위한 허구이자, 베네 게세리트가 심은 ‘신화’로 그려집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예언을 보다 신비롭고 운명적인 요소로 연출하여, 시청자에게 감성적 반향을 주는 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이처럼 이야기 전개의 중점이 다르지만, 드라마는 원작에서 다뤄진 철학적 질문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이를 인물의 경험과 성장 서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녹여내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듄: 프로퍼시’는 원작과 동일한 세계에서 출발하지만, 전혀 다른 감성과 목적을 지닌 작품입니다. 원작이 철학적 질문과 복잡한 구조를 통해 인간 본성과 권력을 탐구했다면, 드라마는 시청자의 감각과 감정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재해석합니다. 각각의 매체가 가진 장점을 살린 결과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우리는 그 우주의 일부로 함께 여행하고 있는 중입니다.